우리 사회는 의료라는 면에서 지난 10여 년 간 엄청난 변화를 거쳐 왔습니다. 대외적으로는 다국적 의약자본에 의한 의료시장의 개방 요구와 대내적으로는 의사, 한의사, 약사 사이의 직역간 분쟁을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이 있었습니다. 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만성 질환의 증가 등 질병 발생 양식 역시 두드러진 변화를 보이고 있으며 의료의 상업화가 심화되면서 일상생활이 점점 의료의 대상으로 포섭되고 있고 국민소득의 증가에 따라 의료 서비스는 확대되고 있지만 계층간 건강불평등의 문제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의약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의료에 대한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한편 우리 사회에서 동서의학의 만남이라는 문제는 두 의학의 담당자인 의사와 한의사의 문제가 아니라 전 사회적인 문제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자생적 근대화가 아닌 식민지를 통한 근대화를 이룬 우리 사회의 특수성을 반영한 것으로, 이는 우리 사회의 문제가 동양과 서양이라는 공간만이 아니라 근대와 전근대라는 시간의 문제와도 깊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동서의학의 만남은 단순히 의료 차원이 아니라 남ㆍ북녘을 포함한 전 사회적이면서 역사적인 문제, 곧 동서고금의 문제로 이해되고 해결되어야 할 것입니다.

 

고대로부터 의학과 철학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히포크라테스와 갈레노스의 의학은 고대 희랍철학의 사유양식을 담고 있으며, 황제(黃帝)와 동무(東武) 이제마의 의학은 그 자체가 철학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의료와 인문학의 위기는 현대적 과학기술이 의학에 도입된 이후 과학기술의 도구적 이성이 철학의 성찰적 이성을 대체한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의철학은 학문[醫學]과 실천[醫術]과 덕성[醫德]으로 구성된 의(醫)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분야의 연구가 필요할 것입니다.

 

1) 생명의 철학 : 삶과 죽음의 철학, 고통의 철학, 몸 철학, 생명윤리학

2) 생명과학의 철학 : 유전학ㆍ생식의학ㆍ면역학ㆍ진화론의 철학

3) 건강의 철학 : 건강ㆍ질병ㆍ치유 개념의 철학

4) 비교 철학 : 동서의학의 철학적 기초에 대한 비교연구

5) 의학연구와 교육 방법론 : 의학연구 방법론(환원, 구성, 종합, 증거기반의학(EBM) 메타분석 등), 

                                             문제바탕학습(PBL)의 철학적 기초에 대한 연구

6) 간호철학 : 돌봄의 철학

7) 사회철학 : 보건정책의 철학, 건강불평등과 의학기술의 사회철학

8) 문화철학 : 건강과 질병의 문화적 구성에 관한 연구(의료인류학)
 
의철학은 다양한 분야의 실천가와 연구자들이 함께 만들어가야 할 새로운 학문입니다. 그래서 독자적 정체성을 갖기보다는 관계적 정체성을 추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의학, 한의학, 치의학, 간호학, 대안의학, 동양철학, 서양철학, 과학철학, 종교학, 역사학, 윤리학, 인류학, 사회학 등 각 방면의 다양한 관심사를 한데 모으고 토론하여 새로운 철학을 함께 만들어가는 학문의 사랑방이 되고자 합니다.

 

그 동안 저희들은 3년 간의 연구모임과 네 차례의 준비모임을 통해 “한국의철학회”를 창립하기로 뜻을 모아 그 창립총회를 갖고자 합니다. 많은 선생님들의 적극적 참여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2006. 04. 08. 한국의철학회 창립 준비모임 드림



[관리자에게 문의]